서울시립교향악단

정명훈의 영웅의 생애

2014. 1. 11. 23:13

트윗을 해도 될 정도의 길이가 될 듯.

루트비히 판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제3번
진은숙: 생황과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Šu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

우웨이, 생황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정명훈

2014년 1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레오노레 서곡은 처음에 조금씩 실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다음부터는 괜찮았던 기억. 현이 마음에 들었음.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은 워낙 오래 전에 라디오로 한두 번 들은 작품이라서 희미한 기억과 비교대조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었는데, 거기서 듣고 본 게 '생황이 이렇게 생긴 악기구나' 그게 다였음. 에휴. 처음 생황의 독주로 시작해서 현을 시작으로 악기들이 차츰차츰 더해지는 초반부터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2층에 위치한 현악기들이 하모닉스로 허접하게 마무리... 작품 자체가 얌전한 모범생 같아서 더 마음에 안 들었다. 독주 악기의 다양한 기교와 독주, 오케스트라의 밸런스 같은 것은 베테랑 작곡가답게 괜찮았으나, 진은숙 정도의 작곡가라면 그보다 더 많이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 이 작품은 너무 진부한 탓에 뭔가 맛을 보고 싶어도 볼 게 없었다.

독주자의 앙코르는 성의는 감사하지만 굳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영웅의 생애'는 그날 처음 들은 곡이라서 연주에 대해서 이리저리 말할 것은 없다. 곡 자체는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분명해서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트럼펫 주자들이 퇴장했다가 무대 뒤에서 연주하는 장치도 효과적이었음. 음색부터가 내 취향에는 약간 맞지 않는 건지 루세브의 솔로는 살짝 느끼했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후기를 작성한다는 게 별로 의미는 없겠지만 그냥 블로그에 글을 채워야 할 것 같기 때문에 쓰는 간단 후기임. 12시 전까지 다 써서 10월에 글을 두 개 썼다는 걸 남기는 것이 목표.

줄리안 앤더슨: 기도서
앙리 뒤티외: 메타볼
클로드 드뷔시: 유희
트리스탕 뮈라이: 세계의 탈주술화

프랑수아-프레데릭 기, 피아노 (4)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티에리 피셔

2013년 10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줄리안 앤더슨의 '기도서'는 효과가 좋은 작품이었다.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같은 음계로 시작하지만 사소한 부분이 틀어지면서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암전된 상태에서 전자음이 온 홀을 뒤덮는 부분은 역시 대중음악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면서도 현대음악의 매력을 잃지 않은 것이 인상적. 단지 전자음악이 어쿠스틱 속에 조금 더 매끄럽게 통합되어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약간 gimmick의 냄새가 났다는 게 단점. 특히 레코드판 소음은 왜 넣었는지 모르겠음. 작곡가가 설정해 놓은 의미가 있기야 하겠지만.

메타볼은 역시 좋았음. 변주곡과 같은 작품이라고 하던데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느낌만 초반에 받았을 뿐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며 듣지는 못했다. 서울시향의 연주도 그만하면 만족했다.

드뷔시도 역시 좋았음. 이 작품에서는 드뷔시의 물 흐르듯한 매력이 극대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유동성은 이후의 현대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카더라.

뮈라이의 작풍이 2000년대 이후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번에 들었던 Les sept Paroles도 그렇고 스펙트랄한 음향의 역할은 줄어들고 음색의 변화가 더욱 제한적이고 미묘해졌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음. 곡의 전개 부분에서는 그다지 나무랄 데가 없고, 관현악을 다루는 솜씨도 훌륭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다소 실망이었다. 난 더 직접적인 걸 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낌.

앙코르에서 드뷔시 전주곡 중 하나를 연주했는데 (제목 기억 안남) 훌륭했다.

15분만에 작성완료!

정신 없는 통에 블로그를 본의 아니게 방치해 두었다. 바쁜 것보단 게으른 탓이 더 크겠지만. 사실 그동안 쓰잘데 없는 타이쿤류 모바일 게임이나 하면서 놀았습니다.

각설하고. 지금 뮈라이 작품 녹음을 들으면서 이 포스트를 쓰고 있음. 방송 녹음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는 날이 오긴 오는가보다.

죄르지 리게티: 선율들
파람 비르: 하야그리바
조현화: 마법사의 제자
트리스탕 뮈라이: 모래언덕의 정령
올리비에 메시앙: 천상의 도시의 색채

프랑수아-프레데릭 기, 피아노 (5)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티에리 피셔

2013년 10월 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리게티의 Melodien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다. 60년대 초의 Atmosphères의 우중충한 잿빛 사운드에서 점차 벗어나서 리게티의 음악은 조금씩 더 다채로운 빛깔을 띠게 됐다. 이전의 그 빽빽한 숲 같은 미크로폴리포니가 여기서는 조금 듬성듬성하게 풀려서 악기가 그리는 선율들이 조금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각 성부는 더 이상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뭉쳐지지 않고 흩어지거나 포개어지기만 할 뿐이다. 실연으로 이 곡을 들으니까 그 섬세하게 얽혀 있는 느낌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다만 연주의 수준은 살짝 아쉬웠다. 어제 전체 연주를 들으면서 딱 한 번 이 생각을 했다.

그 다음으로 연주된 작품은 처음 듣는 작곡가가 쓴 것이어서 약간 더 긴장을 하고 들었다. 연주회 전 진은숙 선생이 각 섹션의 색감을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내게는 별로 와닿지는 않았음. 현대음악의 경우에는 작곡가의 어법에 익숙해진 뒤에야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으므로 섣불리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 작품을 들으면서 바로 전 리게티의 영향도 받았고, 버트위슬 생각도 났다. 기회가 된다면 더 들어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음.

아르스 노바의 실내악 연주회에는 꼭 한국 작곡가의 작품이 하나씩 들어가는데, 다음 '마법사의 제자'는 작곡가 조현화가 직접 자기 작품을 설명하러 나왔다. 그는 작곡 기법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들으면 음악이 알아서 설명해줄 거라고 했고, 그 말 그대로였다. 작품의 질감이 전체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가볍고, 반복되는 짧은 리듬 등으로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미지도 꽤나 명확하게 전달되었고. 나는 그 폴 뒤카의 작품을 들어본 적은 없고 리게티의 피아노 연습곡 중 동일 제목의 작품은 알고 있는데, 두 작품 간에도 유사성이 어느 정도 느껴져서 재미있더라. 작품의 발상 자체는 작년 신동훈의 작품이 더 신선하다고 생각하지만.

2부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두 작품이 연주가 되었다. 뮈라이의 작품은 단순히 스펙트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화성과 배음과 음색의 탐구에만 그치지 않고 풍부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인상주의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묘사적인 제목을 쓰고 있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오히려 건조함이 아닌 활발함이었다. 라이브 전자음이 아닌 샘플러를 쓰는 곡이라고 들었는데 효과가 아주 생생했다. 이래서 실연을 많이 들으러 가야 하는 듯.

마지막 메시앙의 Couleurs de la cité céleste가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한 마디로 압도적이었다. 공기가 달라진다는 게 이런 거라고 느낄만큼. 관악의 유니슨이 제대로 꽂힐 때는 머리가 곤두서는 것처럼 짜릿하더라. 음 피아노 아저씨가 페달을 조금만 덜 썼으면 했을 때도 있었는데, 여기까지 바라는 건 너무 배가 부른 것이겠고. 메시앙 고유의 '색채'를 띤 화음, 금관의 묵직한 음색과 끝없이 뻗어 마치 정지된 듯한 리듬까지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웠음.

이제껏 아르스 노바를 그렇게까지 열심히 다녔던 것은 아니라고 해도, 나름대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항상 만족했던 것은 아닌데 이번에는 이제껏 했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것 같다. 연주의 집중력도 더 좋아졌고 현대음악으로도 청중과의 교감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보여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지금 글 쓰고 있으면서도 기억이 계속 휘발되고 있음. 망한 리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인증은 일단 생략.

리하르트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윤이상: 오보에/오보에 다모레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요하네스 브람스: 알붐블라트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단조

하인츠 홀리거, 오보에/오보에 다모레
안드라스 시프, 피아노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정명훈

2013년 9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로 시작. 좋았음. 더 쓸 말이 없는 것 같다...?

윤이상의 오보에 협주곡은 오늘 처음 들어보는 작품. 비슷한(?) 클라리넷 협주곡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오보에 협주곡은 음반도 나와있지 않은 것 같고 유튜브에도 올라와있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홀리거는 나이가 나이다보니 쉬는 구간에서는 약간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연주하면서 얼굴이 많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연주하는 내내 압도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뿜어낸 덕분에 실망은 전혀 하지 않았음. 오히려 저 정도로 악기를 온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것일지 경이로웠음. 서울시향의 반주도 그 정도면 무난. 물론 기대 수준이 낮고, 갈 길이 한참 멀긴 한데, 적어도 이게 무슨 곡을 연주하는 건지 갈피는 잡고 있었다고 느꼈다.

곡을 디테일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겠는데, 처음에 오보에-바이올린-첼로의 소름 돋게 아름다운 트랜지션, 바이올린과 하프가 섞여 독특한 음색을 얻은 부분 등이 인상적이었다. 오보에 솔로는 현대음악답게 글리산디, 트릴, 훅훅 꺼지는 듯한 바람 소리, 키 클릭 등을 비롯한 주법이 긴 패시지 안에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데, 홀리거는 역시 명불허전 본좌답게 이 구간들을 아주 또렷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다만 윤이상의 곡은 라헨만처럼 소리 그 자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곡이라기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함. 특히 독주와 관현악의 갈등을 십분 이용하여 투쟁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는 것이 돋보였다.

2부의 주인공은 시프 (쉬프?). 브람스의 2분 남짓한 짧은 피아노 소곡을 연주하고 바로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들어간다. 시프의 피아노가 들어갈 때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서, 거의 무념무상으로 50분 동안 들은 것 같다. 1악장은 피아노와 관현악 모두 전형적인 브람스를 살짝 빗겨간 느낌. 그런데 오케스트라가 조금씩 헤매는 것도 상관 없이 그냥 바로 몰입이 되었음. 2악장과 3악장은 말할 것도 없고... 끝나니까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흐름. 이래서 대가가 연주하는 건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제대로 느낀 하루 되겠다.

예상대로 망글 =_= 어떻게 이렇게 정리가 안 될 수가. 벅찬 감동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할 말이 많지가 않아... 짧게 쓰려고 한다.

프로그램 책자랑 같이 인증. 저거 편집 귀찮았음.

바그너: 지크프리트 목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마단조

발레리 소콜로프, 바이올린 (2)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유라이 발추하

첫 곡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는 미리 듣지도 않고 갔는데, 적당히 낭만적으로 미화된 시골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듣기 좋은 곡이었음. 초반에 살짝 끈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처음 듣는 곡이기도 하니, 확신을 갖고 얘기는 못하겠다. 내가 활동하는 카페의 모 님께서 이 곡은 원래 현악이 솔로로 5명이서 연주하는 곡이라는 정보를 주셨는데, 궁금한 분이 있을까봐 말하자면, 그냥 평범하게 많이 나왔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늘 프로그램 중 내가 제일 관심 있었던 작품. 발레리 소콜로프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기대 이상으로 대단한 연주를 해주었다. 보잉은 깨끗하고 안정감이 있었고, 기교적으로 나무랄 데 없으면서 연주의 집중력도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금상첨화로 협연자와 마주보는 곳에 내 자리가 있어서 작품을 놓고 교감하는 것 같은 망상까지 했음. 물론 이건 좋은 연주를 했으니 가능한 거지 지난 주의 그분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연주회장을 뛰쳐나가고 싶었을 듯.

2부 차이콥스키는 2악장 초반까지는 잘 들었는데 중간에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곡이 끝날 때까지 내내 그 생각만 하다 돌아갔다. 비록 귀랑 뇌가 다른 곳에 있긴 했어도, 들어본 바로는 비교적 잘 했구나 싶다. 하지만 좋은 연주에도 집중을 못하는 걸 보면 역시 차이콥스키랑 나는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여러 가지 느낌이 뒤섞인 기분으로 꿀꿀하게 연주회장을 나서야 했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관악 앙상블이 가끔씩 거슬릴 때가 있었다는 것. 미묘하게 안 맞거나 못 따라와서 살짝 흐트러진 인상을 주는 부분들이 조금 있었다. 내가 작품들에 그리 익숙하지도 않고 좋은 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보니 정확하게 어디라고 찝어서 얘기는 못하겠다만. 큰 문제라고는 느끼지는 않았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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