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만토바니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Huit moments musicaux (2008)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Cinq pièces pour Paul Klee (2007)
피아노를 위한 Suonare (2006)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D’une seule voix (2007)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All’ungarese (2009)

Trio Wanderer
Claire Désert 피아노

피아노 삼중주곡 Huit moments musicaux의 제목을 들으면 슈베르트의 유명한 피아노 소곡집 '악흥의 순간들'을 바로 떠올리게 된다. 슈베르트를 위한 오마주라고 읽히는데, 시대의 간격이 워낙 커서 그런지 이 곡을 듣기만 해서는 슈베르트 음악의 자취를 읽기는 조금 힘든 것 같긴 함. 내지를 읽어보니 슈베르트의 이름에서 따온 동기 F-A-Es-C-H를 사용했다고. 생동감 넘치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서로 부딪히고 계속 역할을 바꾸면서 곡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아이디어가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완급 조절이 좋고 섬세하게 짜여져 있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20세기 작곡가들에서 영감을 얻은 곡들에서는 조금 더 유사성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프랑스 선배들 특히 라벨과 메시앙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피아노 독주곡 Suonare와 버르토크,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생각하며 썼다는 All’ungarese인데, 특히 Suonare에서는 화려한 기교뿐만 아니라 곡이 진행하면서 점차적으로 소리의 레퍼런스가 옮겨가는 데서 듣는 재미가 있었음. 아무래도 약간 진부한 과거 음악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처음 기대하던 것보다는 꽤 가벼운 작품들이다보니 몇 번 돌리다 보면 수월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작곡가는 복잡한 리듬과 선율을 그리면서도 낭만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주 뛰어나다 싶은 작품은 없긴 한데 작품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앨범 구성도 매끄러워서 듣기가 좋다. 앞으로는 다른 거 듣다가 조금 지칠 때 듣게 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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