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ㅋ 프로그램은 별 필요 없을 것 같아 안 샀다.

막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사단조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라단조

이성주, 바이올린 (1)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정치용

학기 동안 어깨에 짊어졌던 짐도 내려놨으니, 못 갔던 공연들을 엄청 몰아서 보겠다는 방학 계획을 가지고 간 첫번째 공연이다. 아마 빡세게 하면 일주일에 두 번도 보게 될 수도 있음. 이제 학기 중에는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서 주말 아니면 공연에 가기는 힘들거든. 완전 무리를 하지 않는 이상 말이지... 게다가 아르스 노바 I, II는 중간고사 기간이랑 너무 정확하게 겹치기까지 함. III, IV도 예매(대기)만 해놨지 어떻게 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공연은 사실 ... 걸린대로 간 셈이다. 이번주에 있는 것들 중에는 그나마 끌렸다. 티켓값도 싸고. 그리고 극심한 편식에서 벗어나서 소홀히해왔던 고전음악의 여러 장르에 조금씩이나마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다. 아마 3년 전이었으면 1만 5천원이 아니라 그냥 5천원이었어도 이런 프로그램엔 관심 없어서, 그 정도 가지고 왔다갔다하기 귀찮아서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전에는 여러 이유로 피해왔던 걸 벗어나서 지금에야 행동에 옮기는 셈이다.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거의 완벽한 센터에 홀로 자리가 났던 것도 내 마음에 들었다. 공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역시 중앙이 짱임. ㅋㅋㅋ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지휘자를 중심으로 쫙 뻗은 시야가 진짜 대박임.

브루흐 ... 이 곡을 전체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할 말은 별로 없다. 잘 모르는 곡임. 오케스트라는 그냥저냥인데 협연자의 음색이 그다지 내 성에 안 차서 감상을 방해했다. 거친 소리도 많이 났고,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부족하다 할까 아무튼 다듬어진 느낌이 아니었음. 그래도 꽤 잘하는 사람일텐데 내 귀가 이상한가 생각했다. 이런 의심이 계속 드는 가운데 연주를 즐길 수가 없잖겠어. 3악장까지 다 끝나고 환호하고 난리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 역시 사람은 제각각 다 다른가보다. 이 정도까지만 하겠음.

처음에 갈 때부터 1부보다는 2부에 기대를 했다. 난 원래 브루크너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백 명씩 나와서 수십 분 동안 연주하는 거대 교향곡은 아무래도 내 취향의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브루크너는 뭘 중점으로 들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반복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서 길고 지겹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들으니까 뭔가가 다르더라. 오케스트라가 쌓아가는 과정이 분명 그 자체로 아름다웠거든. 오케스트라(특히 금관)가 풀파워로 총주를 연주하면서 막 밀어붙이니까 거기에 또 마음이 동하더라. 그런 쪽에서 감동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눈물이 살짝 고일 뻔했다.

안 친해도 너무 안 친한 작곡가였던 -_- 브루크너에 한 발짝 정도는 다가갔다고 해도 좋을까. 아직은 확신이 없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서 이 공연이 그런 의미를 갖는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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