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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드만: Violin and Orchestra

2013. 8. 11. 18:10

펠드만: 바이올린과 관현악

카롤린 비트만, 바이올린
헤센 방송교향악단
지휘: 에밀리오 포마리코

들은 음반은 많은데 정작 쓰려니까 손가락이 오그라듦. 그래도 더 늦지 않게 감상을 글로 옮겨야겠다. 계속 안 쓰고 있으려니까 찝찝하기도 하고.

1970년대에 펠드만은 Piano and Orchestra, Oboe and Orchestra, String Quartet and Orchestra 등 솔로 악기(악단) + 관현악 편성의 작품들을 몇 작품 썼다. cpo에서 나온 음반을 들어봤는데, 워낙 오래 전이라서 잘 생각이 안 난다. 그 중 Violin and Orchestra는 마지막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그는 나중에는 협주 형식의 작품은 쓰지 않았다.

편의상 협주라는 말을 썼지만, 솔로 바이올린이나 관현악이나 전혀 전통적인 협주곡에서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주고 받는 것은 들리지만, 독주 악기를 관현악이 받쳐준다거나, 독주와 관현악이 갈등하는 상황 같은 것은 없다. 대편성 관현악은 펠드만의 모든 작품에서 그렇듯 시종일관 억제된 음향으로 마치 거대한 힘의 일부만을 드러내는 듯하다. 바이올린 또한 비르투오조적인 과시 없이 그저 관현악과 함께 둥둥 떠다닌다.

단순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패시지를 몇 번 반복하고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 약간 패턴을 찾을 수 있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전체적으로는 선명한 논리적 구조라기보다 흘러가고 펼쳐지는 것에 가깝다 보여진다. 80년대 이후의 작품들이 건축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단단한 짜임새를 이루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80년대 (후기) 펠드만으로 넘어가는 이행기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할 말이 많지가 않아... 짧게 쓰려고 한다.

프로그램 책자랑 같이 인증. 저거 편집 귀찮았음.

바그너: 지크프리트 목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마단조

발레리 소콜로프, 바이올린 (2)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유라이 발추하

첫 곡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는 미리 듣지도 않고 갔는데, 적당히 낭만적으로 미화된 시골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듣기 좋은 곡이었음. 초반에 살짝 끈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처음 듣는 곡이기도 하니, 확신을 갖고 얘기는 못하겠다. 내가 활동하는 카페의 모 님께서 이 곡은 원래 현악이 솔로로 5명이서 연주하는 곡이라는 정보를 주셨는데, 궁금한 분이 있을까봐 말하자면, 그냥 평범하게 많이 나왔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늘 프로그램 중 내가 제일 관심 있었던 작품. 발레리 소콜로프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기대 이상으로 대단한 연주를 해주었다. 보잉은 깨끗하고 안정감이 있었고, 기교적으로 나무랄 데 없으면서 연주의 집중력도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금상첨화로 협연자와 마주보는 곳에 내 자리가 있어서 작품을 놓고 교감하는 것 같은 망상까지 했음. 물론 이건 좋은 연주를 했으니 가능한 거지 지난 주의 그분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연주회장을 뛰쳐나가고 싶었을 듯.

2부 차이콥스키는 2악장 초반까지는 잘 들었는데 중간에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곡이 끝날 때까지 내내 그 생각만 하다 돌아갔다. 비록 귀랑 뇌가 다른 곳에 있긴 했어도, 들어본 바로는 비교적 잘 했구나 싶다. 하지만 좋은 연주에도 집중을 못하는 걸 보면 역시 차이콥스키랑 나는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여러 가지 느낌이 뒤섞인 기분으로 꿀꿀하게 연주회장을 나서야 했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관악 앙상블이 가끔씩 거슬릴 때가 있었다는 것. 미묘하게 안 맞거나 못 따라와서 살짝 흐트러진 인상을 주는 부분들이 조금 있었다. 내가 작품들에 그리 익숙하지도 않고 좋은 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보니 정확하게 어디라고 찝어서 얘기는 못하겠다만. 큰 문제라고는 느끼지는 않았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인증 ㅋ 프로그램은 별 필요 없을 것 같아 안 샀다.

막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사단조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라단조

이성주, 바이올린 (1)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정치용

학기 동안 어깨에 짊어졌던 짐도 내려놨으니, 못 갔던 공연들을 엄청 몰아서 보겠다는 방학 계획을 가지고 간 첫번째 공연이다. 아마 빡세게 하면 일주일에 두 번도 보게 될 수도 있음. 이제 학기 중에는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서 주말 아니면 공연에 가기는 힘들거든. 완전 무리를 하지 않는 이상 말이지... 게다가 아르스 노바 I, II는 중간고사 기간이랑 너무 정확하게 겹치기까지 함. III, IV도 예매(대기)만 해놨지 어떻게 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공연은 사실 ... 걸린대로 간 셈이다. 이번주에 있는 것들 중에는 그나마 끌렸다. 티켓값도 싸고. 그리고 극심한 편식에서 벗어나서 소홀히해왔던 고전음악의 여러 장르에 조금씩이나마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다. 아마 3년 전이었으면 1만 5천원이 아니라 그냥 5천원이었어도 이런 프로그램엔 관심 없어서, 그 정도 가지고 왔다갔다하기 귀찮아서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전에는 여러 이유로 피해왔던 걸 벗어나서 지금에야 행동에 옮기는 셈이다.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거의 완벽한 센터에 홀로 자리가 났던 것도 내 마음에 들었다. 공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역시 중앙이 짱임. ㅋㅋㅋ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지휘자를 중심으로 쫙 뻗은 시야가 진짜 대박임.

브루흐 ... 이 곡을 전체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할 말은 별로 없다. 잘 모르는 곡임. 오케스트라는 그냥저냥인데 협연자의 음색이 그다지 내 성에 안 차서 감상을 방해했다. 거친 소리도 많이 났고,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부족하다 할까 아무튼 다듬어진 느낌이 아니었음. 그래도 꽤 잘하는 사람일텐데 내 귀가 이상한가 생각했다. 이런 의심이 계속 드는 가운데 연주를 즐길 수가 없잖겠어. 3악장까지 다 끝나고 환호하고 난리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 역시 사람은 제각각 다 다른가보다. 이 정도까지만 하겠음.

처음에 갈 때부터 1부보다는 2부에 기대를 했다. 난 원래 브루크너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백 명씩 나와서 수십 분 동안 연주하는 거대 교향곡은 아무래도 내 취향의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브루크너는 뭘 중점으로 들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반복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서 길고 지겹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들으니까 뭔가가 다르더라. 오케스트라가 쌓아가는 과정이 분명 그 자체로 아름다웠거든. 오케스트라(특히 금관)가 풀파워로 총주를 연주하면서 막 밀어붙이니까 거기에 또 마음이 동하더라. 그런 쪽에서 감동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눈물이 살짝 고일 뻔했다.

안 친해도 너무 안 친한 작곡가였던 -_- 브루크너에 한 발짝 정도는 다가갔다고 해도 좋을까. 아직은 확신이 없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서 이 공연이 그런 의미를 갖는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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