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와서 후기를 쓸지 말지 주저하다가 결국 블로그에 쓸 떡밥이 없는 관계로 그냥 쓰기로 함. -_- 분량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인증. WB를 제대로 못 맞춰서 멍든 것처럼 푸르딩딩함.

장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교향곡 2번 라장조

한경진, 바이올린 (2)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지휘: 김대진

그 동안은 거의 진지 빨고 연주하는 것만 듣고 작품 해설은 프로그램 사서 읽어야 하는 연주회만 갔다. 이 토요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에 약간의 관심만 있는 일반인이랑 바쁜 직장인들 대상으로 조금 더 친해져보라는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시리즈임. 본격적으로 작품을 연주하기 전에 지휘자가 작품을 간단히 해설해주면서 시작하는데, 나도 평소에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편이 아닌지라 이렇게 떠먹여주는 것도 괜찮았다. 2부 직전에는 3음으로 된 주제를 파트에게 연주하게 시키면서 꽤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이런 해설은 감상에 늘 도움이 됨. 굿 잡 ㅇㅇ

핀란디아의 꽝꽝거리는 서주로 공연을 시작했음. 처음에는 그냥 나쁘지 않았는데 격렬하고 호전적인 부분이 지나고 음량이 잦아들어가면서 특히 목관이 거슬렸고, 연주가 너무 유리되어 무표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바이올린 솔로는 수원시향 악장이라는데, 기교적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더 공격적으로 연주해야 할 부분들에서 다소 물렁하게 넘어가는 바람에 짜릿한 쾌감이 부족했으며, 2악장에서의 음색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워낙 난곡이기도 하고 큰 실수는 없었기에 그 정도면 솔로는 괜찮은 편이었음. 반면 오케스트라는 정말 악보를 그대로 읊는 듯 기계적인 반주를 해줬다. 그 이상의 감흥은 받지 못했기 때문에 더 자세한 감상은 별로 의미가 없는 듯.

교향곡 2번은 연주회의 중심이 되는 곡이라 그런지 더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게 티가 났다. 연주를 하는 단원들도 1부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더 확신에 차 있었던 것 같았고. 느린 악장에서는 역시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차갑고 무표정인 느낌은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었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개선하는 데는 조금 일조한 것 같음.

결론적으로 2만 원 값은 했고, 너무 떨어지지 않게 무난하긴 했으나 역시 무난... 에만 그쳤다는 것이 한계라고 본다.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연주회 전체에 걸쳐 연주자들이 작품에 몰입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대진의 지휘를 처음 듣는고로 이게 단원들의 탓인지 지휘자의 성향이 이런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크누아 심포니의 브루크너를 들을 때 연주 내내 이런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 극단적인 비교가 된다. 열정이 부족한 연주를 듣고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에 친해지긴 어려울 텐데 말이지.

P.S. 관람 매너가 나쁘더라. 안다 박수는 기본이고 내가 앉은 A블록에서는 애가 속닥속닥거리기까지 해서 직원이 주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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