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많지가 않아... 짧게 쓰려고 한다.

프로그램 책자랑 같이 인증. 저거 편집 귀찮았음.

바그너: 지크프리트 목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마단조

발레리 소콜로프, 바이올린 (2)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유라이 발추하

첫 곡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는 미리 듣지도 않고 갔는데, 적당히 낭만적으로 미화된 시골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듣기 좋은 곡이었음. 초반에 살짝 끈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처음 듣는 곡이기도 하니, 확신을 갖고 얘기는 못하겠다. 내가 활동하는 카페의 모 님께서 이 곡은 원래 현악이 솔로로 5명이서 연주하는 곡이라는 정보를 주셨는데, 궁금한 분이 있을까봐 말하자면, 그냥 평범하게 많이 나왔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늘 프로그램 중 내가 제일 관심 있었던 작품. 발레리 소콜로프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기대 이상으로 대단한 연주를 해주었다. 보잉은 깨끗하고 안정감이 있었고, 기교적으로 나무랄 데 없으면서 연주의 집중력도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금상첨화로 협연자와 마주보는 곳에 내 자리가 있어서 작품을 놓고 교감하는 것 같은 망상까지 했음. 물론 이건 좋은 연주를 했으니 가능한 거지 지난 주의 그분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연주회장을 뛰쳐나가고 싶었을 듯.

2부 차이콥스키는 2악장 초반까지는 잘 들었는데 중간에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곡이 끝날 때까지 내내 그 생각만 하다 돌아갔다. 비록 귀랑 뇌가 다른 곳에 있긴 했어도, 들어본 바로는 비교적 잘 했구나 싶다. 하지만 좋은 연주에도 집중을 못하는 걸 보면 역시 차이콥스키랑 나는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여러 가지 느낌이 뒤섞인 기분으로 꿀꿀하게 연주회장을 나서야 했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관악 앙상블이 가끔씩 거슬릴 때가 있었다는 것. 미묘하게 안 맞거나 못 따라와서 살짝 흐트러진 인상을 주는 부분들이 조금 있었다. 내가 작품들에 그리 익숙하지도 않고 좋은 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보니 정확하게 어디라고 찝어서 얘기는 못하겠다만. 큰 문제라고는 느끼지는 않았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 Recent posts